한동안 쿠팡을 떠나는 이른바 ‘탈팡’ 움직임이 이어졌지만, 실제 소비는 다시 쿠팡으로 돌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의 2026년 7월 월간 결제추정금액이 처음으로 6조 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쿠팡이츠 역시 월간 결제추정금액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실시간 앱·결제 데이터 기반 시장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리테일이 한국인의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결제금액을 표본 조사한 결과, 7월 쿠팡의 결제추정금액은 6조11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의 5조 7600억 원보다 약 3500억 원 늘어난 금액으로, 전년 동월 대비 6% 증가했다.
쿠팡이츠의 성장 폭은 더 컸다. 7월 결제추정금액은 1조18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의 9800억 원보다 약 2000억 원 증가했다. 증가율로
는 21%에 이른다. 온라인 쇼핑과 음식 배달이라는 두 영역에서 쿠팡과 쿠팡이츠가 나란히 역대 최대 결제 규모를 기록한 것이다.
이번 결과는 지난해 11월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나타났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당시 사고로 쿠팡에 대한 불안과 비판 여론이 커졌고, 회원 탈퇴와 이용 중단을 뜻하는 ‘탈팡’이라는 말까지 널리 사용됐다. 실제로 사고 직후에는 결제 규모도 한동안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이용 실적은 사고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올해 7월에는 오히려 과거의 최고 기록까지 넘어섰다. 소비자들이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잊었다는 뜻일까. 아니면 쿠팡이 제공하는 편리함을 대체할 서비스가 마땅치 않았던 것일까.
오늘은 쿠팡 결제액 6조원 돌파, 개인정보 유출 뒤에도 역대 최대를 기록한 이유에 대해 알아보겠다.

1. 개인정보 유출 사고 뒤 줄었던 결제액은 어떻게 역대 최대가 됐을까
쿠팡에서는 2025년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정부 조사에서는 3000만 개가 넘는 고객 계정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름과 이메일, 전화번호, 배송지 주소와 일부 주문정보 등이 노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비자의 불안이 커졌다.
개인정보 유출은 단순한 시스템 오류로 보기 어려운 문제다. 이름과 전화번호, 주소 및 주문정보가 결합되면 쿠팡이나 택배회사를 사칭한 문자, 전화와 같은 2차 피해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에게 개인정보 보호는 기업을 믿고 거래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이 된다.
사고 이후 온라인에서는 쿠팡 회원을 탈퇴하거나 다른 쇼핑 플랫폼을 이용하겠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실제로 한동안 쿠팡의 결제 규모도 감소했다. 그런데 2026년 7월 결제추정금액은 6조 1100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사고 이후 줄었던 결제가 다시 늘어났을 뿐 아니라 사고 이전의 최고치까지 넘어선 것이다.
이러한 회복을 곧바로 “소비자가 개인정보 유출 문제를 용서했다”는 뜻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기업에 대한 불신과 실제 서비스 이용은 반드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기업의 대응에 실망하면서도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해당 서비스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
쿠팡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은 구매 과정에서 소비자가 해야 할 고민을 줄여준다는 데 있다. 상품을 검색하고 결제하면 배송 예정일을 비교적 쉽게 확인할 수 있고, 늦은 시간에 주문한 생활용품이나 식품도 다음 날 받을 수 있다는 경험이 반복돼 왔다. 반품이나 환불 절차에 익숙한 이용자도 많다.
특히 생수와 휴지, 세제, 반려동물용품, 식료품처럼 반복적으로 구매하는 생활필수품은 새로운 플랫폼으로 옮기는 일이 생각보다 번거롭다. 기존에 구매한 상품 기록이 남아 있고, 자주 사는 상품을 손쉽게 재주문할 수 있으며, 결제수단과 배송지까지 이미 등록돼 있기 때문이다.
다른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같은 상품을 살 수 있지만 배송일과 판매자, 반품 조건을 다시 확인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소비자는 가격이 조금 저렴한 곳보다 주문부터 배송, 교환과 반품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쉬운 플랫폼을 선택하기도 한다. 쿠팡의 결제 회복은 빠른 배송 자체만큼이나 이러한 ‘익숙하고 예측 가능한 구매 경험’이 강하게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멤버십도 이용자를 쿠팡 생태계 안에 머물게 하는 요인이다. 소비자는 이미 납부하고 있는 멤버십 비용을 아깝지 않게 활용하기 위해 쇼핑과 음식 배달, 동영상 콘텐츠 등 연계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 한 가지 서비스를 쓰기 위해 가입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서비스의 이용 빈도가 함께 높아질 수 있다.
결국 개인정보 유출 사고 직후에는 분노와 불안으로 이용을 줄였지만, 생활 속에서 쿠팡을 대체할 만한 서비스를 찾지 못했거나 기존의 편의성을 포기하기 어려웠던 소비자들이 다시 돌아온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쿠팡의 7월 결제액 최고 기록은 브랜드 신뢰가 완전히 회복됐다는 증거라기보다, 국내 온라인 쇼핑에서 쿠팡이 차지하는 생활 인프라의 비중이 그만큼 커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2. 쿠팡이츠도 1조1800억원, 쇼핑과 배달이 함께 성장한 까닭
쿠팡뿐 아니라 쿠팡이츠의 결제추정금액도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쿠팡이츠의 7월 결제추정금액은 1조 1800억 원으로 전년 동월의 9800억 원보다 21% 증가했다. 쿠팡의 증가율인 6%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온라인 쇼핑이 이미 거대한 시장으로 성장한 데 비해 음식 배달 시장에서는 여전히 플랫폼 간 이용자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쿠팡이츠의 성장에는 배달비 부담을 낮춘 혜택과 멤버십 연계, 서비스 이용지역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소비자가 음식 배달을 주문할 때 가장 민감하게 살펴보는 항목 중 하나는 배달비다. 음식 가격이 오르는 상황에서 배달비까지 더해지면 매장에서 먹는 것보다 부담이 크게 느껴진다. 따라서 무료배달이나 할인쿠폰과 같은 혜택은 소비자가 어느 앱을 열 것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쿠팡이츠는 쿠팡의 멤버십과 배달 혜택을 연결하며 이용자를 늘려왔다. 쇼핑을 위해 이미 멤버십을 이용하고 있는 소비자는 별도의 회원가입이나 추가 비용 부담 없이 쿠팡이츠를 선택하기 쉽다. 반대로 음식 배달 혜택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은 멤버십 비용의 가치를 크게 느껴 쿠팡 쇼핑까지 이용할 수 있다.
쿠팡과 쿠팡이츠가 서로 고객을 주고받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쿠팡에서 생필품을 주문한 이용자가 저녁에는 쿠팡이츠로 음식을 주문하고, 음식 배달을 위해 멤버십에 가입한 이용자가 이후 로켓배송을 이용하는 식이다. 하나의 계정과 결제수단, 멤버십 안에서 여러 소비가 연결되면서 쿠팡 생태계 전체의 결제 규모가 커질 수 있다.
7월이라는 시기적 특성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무더위와 장마가 이어지면 직접 외출해 장을 보거나 식당을 찾기보다 온라인 쇼핑과 음식 배달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날 수 있다. 여름휴가와 방학, 휴가철 먹거리 주문 등 계절적 수요 역시 월간 결제액에 영향을 준다.
물가 상승도 결제액 증가를 해석할 때 빼놓을 수 없다. 결제금액이 늘었다고 해서 반드시 주문 건수나 이용자 수가 같은 비율로 증가한 것은 아니다. 상품과 음식 가격이 오르면 같은 수량을 구매해도 전체 결제금액은 커진다. 쿠팡이츠의 결제추정금액이 21% 증가한 배경에는 신규 이용자와 주문 증가뿐 아니라 외식물가 상승, 주문 한 건당 평균 결제금액의 변화도 포함됐을 수 있다.
무료배달이라는 표현도 주의해서 볼 필요가 있다. 소비자가 결제 화면에서 별도의 배달비를 내지 않는다는 뜻이지, 음식이 배달되는 데 필요한 비용 자체가 사라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플랫폼이 비용을 부담할 수도 있고, 입점업체의 수수료나 음식 가격에 일부 반영될 수도 있다.
배달 플랫폼의 경쟁이 심해질수록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커질 수 있다. 반면 할인과 무료배달에 필요한 비용이 입점 자영업자에게 과도하게 전가되면 음식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결국 소비자가 다시 부담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쿠팡이츠의 성장세를 평가할 때는 결제 규모뿐 아니라 수수료 구조와 점주의 부담, 배달기사의 노동환경까지 함께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3. 6조1100억원은 실제 쿠팡 매출일까? 결제추정금액을 읽는 방법
이번 기사에서 가장 주의해 살펴봐야 할 표현은 ‘매출액’이 아니라 ‘결제추정금액’이라는 점이다.
와이즈앱·리테일은 한국인의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결제 데이터를 표본 조사한 뒤 전체 소비 규모를 추정한다. 소비자 결제 내역에 표시된 정보를 바탕으로 산출하기 때문에 시장의 변화와 소비 흐름을 빠르게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하지만 쿠팡이나 쿠팡이츠가 회계자료를 통해 공식적으로 발표한 실제 매출액과는 다르다.
이번 조사에는 계좌이체와 현금, 상품권으로 결제한 금액이 포함되지 않았다. 조사기관이 확보한 표본을 바탕으로 전체 카드 결제 규모를 추정하기 때문에 실제 결제액과 오차가 발생할 수도 있다. 취소와 환불, 사업자 거래, 결제대행사를 통한 일부 거래가 어떤 기준으로 반영되는지에 따라서도 차이가 생긴다.
또한 소비자가 쿠팡에서 10만 원을 결제했다고 해서 10만 원 전체가 쿠팡의 매출이나 이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쿠팡이 직접 매입해 판매하는 상품이라면 판매액이 매출에 반영되는 방식이 적용될 수 있지만, 외부 판매자가 입점해 판매한 상품은 거래액과 쿠팡이 받는 수수료 수익을 구분해야 한다.
쿠팡이츠도 마찬가지다. 소비자가 음식값과 배달 관련 금액을 합쳐 3만 원을 결제했다면 그중 음식 판매대금은 음식점에 돌아가고, 플랫폼은 중개수수료와 배달 관련 수익 등을 가져가는 구조다. 따라서 7월 쿠팡이츠의 결제추정금액 1조 1800억 원을 쿠팡이츠가 한 달 동안 벌어들인 매출이나 이익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결제추정금액은 의미 있는 지표다. 같은 조사기관이 비슷한 방식으로 매달 자료를 산출하기 때문에 전년 동월이나 이전 달과 비교하면 소비 흐름의 방향을 확인할 수 있다. 쿠팡이 1년 전보다 6%, 쿠팡이츠가 21% 증가했고 두 서비스 모두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는 사실은 이용자의 지출이 다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는 결제추정금액 외에도 월간활성이용자 수와 결제자 수, 주문 건수, 한 사람당 평균 결제액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제액이 늘어난 이유가 이용자 증가 때문인지, 기존 이용자의 주문 빈도가 높아졌기 때문인지, 아니면 물가 상승으로 한 번에 결제하는 금액이 커졌기 때문인지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쿠팡이 실제로 어떤 보안 대책을 시행했는지도 중요한 평가 기준이다. 결제액이 회복됐다는 사실이 기업의 책임까지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다. 소비자의 이용이 늘어날수록 기업이 보유하는 이름과 주소, 연락처, 구매기록 등 개인정보의 규모도 커진다. 그만큼 높은 수준의 보안과 투명한 사고 대응이 요구된다.
소비자 역시 쿠팡을 사칭한 문자와 이메일에 주의해야 한다. 주문하지 않은 상품의 배송 안내나 환불 요청, 계정 확인을 이유로 링크 접속을 유도한다면 공식 앱에서 주문내역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문자에 포함된 링크를 바로 누르기보다 앱을 직접 실행하고 비밀번호를 다른 서비스와 다르게 설정하는 습관도 필요하다.
쿠팡과 쿠팡이츠의 7월 결제액 최고 기록은 편리함이 소비자의 선택에 얼마나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큰 사고가 있었음에도 빠른 배송과 상품 다양성, 익숙한 구매 과정, 멤버십과 배달의 결합이 소비자를 다시 불러들인 것이다.
그러나 이용 회복을 신뢰 회복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소비자가 다른 선택지를 찾기 어려워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는 것과 기업을 다시 믿게 된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쿠팡에 남은 과제는 역대 최대 결제 규모를 달성했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만큼 커진 영향력에 걸맞게 개인정보 보호와 입점업체, 배달기사 및 소비자에 대한 책임을 증명하는 일이다.
※ 이 글은 2026년 8월 6일을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쿠팡 6조1100억원과 쿠팡이츠 1조 1800억 원은 와이즈앱·리테일이 신용·체크카드 표본 데이터를 토대로 산출한 결제추정금액이며, 각 기업의 실제 매출액 및 영업이익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