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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 있는 자녀가 힘들다고 할 때 부모가 피해야 할 말

by 이내뷰 2026. 7. 23.

 

해외에 있는 자녀에게서 “요즘 너무 힘들어”라는 연락이 오면 부모의 마음은 덜컥 내려앉는다. 가까이 있다면 얼굴을 살피고 밥이라도 챙겨주겠지만, 멀리 떨어져 있으면 자녀의 목소리와 몇 줄의 메시지만으로 상황을 짐작해야 한다.

 

부모는 어떻게든 빨리 해결해 주고 싶은 마음에 조언부터 꺼내기 쉽다. 힘들게 내린 자녀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해 주고 싶어 일부러 가볍게 말하기도 한다. 부모가 불안과 죄책감을 견디지 못해 “그냥 돌아오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걱정에서 출발한 말이라도 자녀에게는 자신의 선택을 비난하거나 고통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말로 들릴 수 있다. 자녀가 원하는 것은 언제나 정답이나 해결책이 아니다. 힘들다는 사실을 판단 없이 알아주고,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주는 사람이 먼저 필요할 때가 많다.

 

오늘은 해외에서 힘들다고 말하는 자녀에게 부모가 피해야 할 말과 그 대신 건넬 수 있는 질문과 위로를 생각해 보았다.

 

 

 

해외에 있는 자녀가 힘들다고 할 때 부모가 피해야 할 말
해외에 있는 자녀가 힘들다고 할 때 부모가 피해야 할 말

 

 

1. 걱정에서 시작했지만 자녀의 마음을 닫게 만드는 말

 

자녀가 힘들다고 털어놓을 때 가장 먼저 피해야 할 말은 “그러게 왜 갔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자녀가 고생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나오는 말일 수 있다. 한국에 있었다면 겪지 않아도 될 어려움처럼 보여 답답한 마음도 든다. 그러나 이 말은 자녀에게 “해외로 간 네 선택이 잘못됐다”, “지금의 어려움은 네가 자초한 일이다”라는 비난으로 들릴 수 있다.

 

해외에 나간 사람은 힘든 순간마다 자신의 선택을 의심하기 쉽다. 부모가 그 선택을 후회하게 만드는 말을 보태면 자녀는 고민을 말하기보다 숨기는 쪽을 선택하게 된다. 그 대신 이렇게 말해볼 수 있다.

“네가 그런 선택을 하기까지 많이 고민했을 텐데, 지금은 예상보다 더 힘든가 보구나.”

 

“그곳에 간 선택과 지금 힘든 마음은 별개야. 힘들다고 말해도 괜찮아.”

 

 

두 번째로 피해야 할 말은 “다들 그렇게 살아” 또는 “그 정도는 누구나 겪어”다.

자녀가 혼자만 유난스럽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위로하려는 말일 수 있다. 하지만 힘든 사람에게 고통의 보편성을 설명하면 자신의 감정을 인정받지 못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다른 사람도 힘들다는 사실이 지금 자녀의 외로움과 불안을 줄여주지는 못한다.

 

같은 일을 겪어도 사람마다 견딜 수 있는 정도와 상황은 다르다. 부모에게 작은 문제로 보여도 자녀에게는 여러 어려움이 쌓인 마지막 한 조각일 수 있다. 대신 다음과 같이 말하는 편이 좋다.

“다른 사람과 비교할 필요 없어. 네가 힘들다면 지금 너에게는 힘든 일이야.”

“겉으로는 작은 일처럼 보여도 그동안 쌓인 게 많았나 보다.”

 

 

세 번째로 조심해야 할 말은 “그냥 참고 버텨”다.

인생에는 견뎌야 하는 시간이 있고, 부모 세대는 힘든 상황을 참고 이겨낸 경험도 많다. 그래서 자녀에게도 버티면 지나갈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무엇을 언제까지 버텨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사람에게 ‘참으라’는 말은 고립감을 키울 수 있다.

특히 직장 내 괴롭힘과 차별, 폭력, 건강 악화처럼 버틸수록 위험해지는 상황도 있다. 모든 어려움을 인내의 문제로 바라보면 자녀가 도움을 요청할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지금은 계속 버티는 것이 맞는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는지 같이 살펴보자.”

“네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었다면 도움을 요청하거나 잠시 멈춰도 돼.”

 

 

네 번째로 피해야 할 말은 “네가 더 잘했어야지”, “너도 뭔가 잘못한 게 있겠지”다.

부모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고 싶어 자녀의 책임을 먼저 찾기도 한다. 그러나 자녀가 마음을 열자마자 잘잘못을 따지면 “부모조차 내 편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사실관계를 살피는 일은 필요하지만, 감정이 무너진 순간에는 평가보다 안전과 회복이 먼저다.

 

“네 입장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천천히 들려줄래?”

“지금 당장 누가 옳은지 판단하기보다 네가 얼마나 힘든지부터 알고 싶어.”

 

 

다섯 번째는 “엄마 아빠 걱정할까 봐 이런 이야기는 하지 마”라는 말이다.

부모가 실제로 힘들고 불안하더라도 자녀에게 어려움을 말하지 말라고 하면 자녀는 위기일수록 더 혼자가 된다. 부모를 걱정시키지 않으려고 아픈 것도, 경제적인 어려움도, 인간관계의 문제도 숨길 수 있다.

부모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이야기를 들을 수는 있다.

 

“엄마가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네가 혼자 감당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

“해결해 주지 못하더라도 네 이야기는 들을 수 있어.”

 

2. “그냥 돌아와”보다 먼저 물어야 할 질문과 도움이 되는 위로

해외에 있는 자녀가 힘들다고 하면 부모는 “그냥 돌아와”라는 말을 가장 쉽게 꺼낸다. 자녀를 품으로 데려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론 귀국이 필요한 상황도 있다. 건강이나 안전이 위협받고 있거나 체류를 이어갈 현실적인 방법이 없다면 돌아오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 문제는 자녀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기도 전에 귀국부터 권하는 것이다.

 

자녀에게 해외생활은 단순히 머무는 장소가 아닐 수 있다. 오랫동안 준비한 공부와 직장, 관계, 미래에 대한 계획이 얽혀 있다. “그냥 돌아오라”는 말은 자녀가 쌓아온 시간을 부모가 가볍게 여긴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반대로 자녀가 정말 돌아오고 싶은데 실패한 사람으로 보일까 봐 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부모는 귀국을 명령하거나 금지하기보다 하나의 선택지로 열어두는 편이 좋다.

“돌아오는 것도 선택할 수 있고, 그곳에서 조금 더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가능해. 네가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부터 생각해 보자.”

“돌아온다고 실패한 것은 아니야. 다만 힘든 순간에 서둘러 결정하지 않도록 같이 정리해 보자.”

 

자녀가 힘들다고 말했을 때는 먼저 어떤 종류의 도움을 원하는지 물어보는 것이 좋다. 사람은 힘들 때마다 다른 것을 필요로 한다. 어떤 날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하고, 어떤 날은 병원이나 직장 정보를 찾아줄 사람이 필요하다. 경제적인 도움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중요한 결정을 함께 검토하고 싶을 때도 있다.

“지금은 내가 그냥 들어주면 될까, 아니면 같이 방법을 찾아볼까?”

 

이 질문은 짧지만 효과가 크다. 부모가 일방적으로 해결책을 밀어붙이지 않으면서도 자녀를 혼자 두지 않는다는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상황을 파악할 때는 질문을 한꺼번에 쏟아내지 않는 것이 좋다. “무슨 일이야?”, “누가 그랬어?”, “언제부터야?”, “돈은 있어?”,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라고 연달아 물으면 자녀는 취조받는 기분이 들 수 있다.

다음과 같이 하나씩 물어볼 수 있다.

“가장 힘든 것이 무엇인지 한 가지만 먼저 말해줄래?”

“이런 상태가 얼마나 계속됐어?”

“잠은 자고 밥은 먹고 있어?”

“지금 혼자 있어, 아니면 곁에 누군가 있어?”

“오늘 당장 해결해야 하는 일이 있을까?”

“현지에서 네 상황을 아는 사람이 있니?”

 

 

자녀가 설명을 잘하지 못해도 재촉하지 않아야 한다. 힘든 사람은 자신의 감정을 정확한 문장으로 정리하기 어렵다. “나도 잘 모르겠어”, “그냥 다 싫어”라고 말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원인을 찾아내기보다 현재 감정을 인정해 주는 것이 먼저다.

 

“지금 당장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아.”

“마음이 복잡해서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오늘은 해결하지 못해도 돼. 네가 혼자라고 느끼지 않게 같이 있어줄게.”

 

 

근거 없이 “다 잘될 거야”라고 단정하는 위로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 부모는 희망을 주고 싶지만,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없는 자녀에게는 공허한 말로 들릴 수 있다. 그보다는 지금 함께할 수 있는 행동을 말해주는 것이 좋다.

 

“당장 모든 일을 해결할 수는 없어도 오늘 해야 할 일부터 같이 정리해 보자.”

“내일 다시 연락하자. 그동안 네가 혼자 결정하지 않아도 돼.”

“필요하면 내가 병원이나 상담받을 곳을 함께 찾아볼게.”

 

부모의 위로는 화려할 필요가 없다. “네가 그렇게 힘든 줄 몰랐어”, “그동안 혼자 견뎠구나”, “말해줘서 고마워”처럼 자녀의 감정을 인정하는 말이 오히려 오래 남는다.

 

3. 위로에서 끝내지 않고 현실적인 도움으로 연결하는 대화법

자녀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었다면 다음에는 지금 필요한 도움을 함께 구체화해야 한다. 이때도 부모가 모든 결정을 대신하기보다 자녀가 선택할 수 있도록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좋다.

 

먼저 어려움의 성격을 나누어본다. 외로움과 향수병인지, 직장이나 학교에서 생긴 문제인지, 경제적인 어려움인지, 건강이나 안전에 관한 문제인지에 따라 필요한 도움이 달라진다.

 

외로움이 큰 경우라면 현지 친구나 한인 모임, 취미 활동, 학교 상담센터 등을 알아볼 수 있다. 직장 문제라면 회사 내 인사담당자나 고충처리 절차, 현지 노동 관련 상담기관을 확인할 수 있다. 유학생이라면 국제학생 담당 부서와 지도교수, 학교 상담센터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경제적인 문제라면 무조건 돈부터 보내기보다 어떤 지출이 부족한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갑작스러운 병원비나 실직으로 생긴 일시적인 위기인지, 매달 수입보다 지출이 큰 구조적인 문제인지 구분해야 한다. 부모가 도울 수 있는 범위와 기간도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이번 달 집세 부족분은 도와줄 수 있어. 다만 다음 달부터는 생활비 구조를 같이 살펴보자.”

“부모가 전부 해결할 수는 없지만, 지금 가장 급한 비용부터 정리해 보자.”

 

부모가 경제적으로 돕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미안함 때문에 무리해서 약속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노후와 생활을 무너뜨리면서 계속 지원하면 결국 가족 전체의 불안이 커진다. 할 수 있는 도움과 할 수 없는 도움을 차분하게 구분하는 것도 건강한 돌봄이다.

자녀가 직장을 그만두거나 학교를 쉬고 싶다고 말하면 즉시 찬성하거나 반대하기보다 선택의 결과를 함께 정리해 보는 것이 좋다.

  • 지금 상태로 계속 생활하면 어떤 위험이 있는가?
  • 휴직이나 휴학처럼 중간 선택지가 있는가?
  • 비자나 체류자격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 주거와 보험은 어떻게 되는가?
  • 귀국한다면 언제, 어떤 절차로 움직여야 하는가?
  • 현지에서 도움을 받을 사람이나 기관이 있는가?
  • 결정을 며칠 미뤄도 안전한 상황인가?

이런 질문은 자녀의 결정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감정이 가장 힘든 순간에 중요한 선택을 서둘러 내리지 않도록 돕는 과정이다. 다만 폭력과 학대, 심각한 건강 문제처럼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이라면 계획보다 즉시 벗어나는 것이 먼저다.

 

마음의 고통도 대수롭지 않게 넘겨서는 안 된다. 자녀가 오랫동안 잠을 자지 못하고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렵거나, 극심한 불안과 우울을 호소한다면 현지 상담센터나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도록 권해야 한다.

 

특히 “살고 싶지 않다”, “없어지고 싶다”, “모든 것을 끝내고 싶다”는 말을 한다면 단순한 하소연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현재 혼자 있는지, 자신을 해칠 계획이나 수단이 있는지 직접 확인하고 위험이 의심되면 현지 지인과 응급전화, 위기상담기관에 즉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자녀가 비밀로 해달라고 하더라도 안전이 우선이다.

 

그렇다고 부모가 모든 통화에서 위기 여부를 확인하거나 상담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부모는 의료진이 아니며, 멀리서 자녀의 상태를 모두 책임질 수도 없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자녀의 말을 진지하게 듣고 필요한 경우 현지의 전문적인 도움과 연결하는 것이다.

통화를 마칠 때는 다음 연락시간과 작은 행동 하나를 정하는 것이 좋다.

 

“오늘은 따뜻한 것을 조금 먹고 쉬어. 네 시간으로 내일 오전 10시에 다시 연락하자.”

“오늘 상담센터에 예약 가능한지만 확인해 보고 나에게 알려줄래?”

“지금 혼자 있지 말고 가까운 친구에게 연락해 줘. 연락한 뒤 메시지를 남겨줘.”

 

 

막연하게 “힘내”라고 끝내는 것보다 자녀가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이 분명해지고, 부모 역시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알 수 있다.

해외에 있는 자녀가 힘들다고 말하는 순간은 부모에게도 두렵다. 무엇을 잘못 말하면 더 상처받을까 걱정되고, 당장 데려올 수 없다는 사실에 무력감도 느낀다. 하지만 완벽한 말을 찾아야만 위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게 왜 갔니”라는 말 대신 “그곳에서 많이 견디고 있었구나”라고 말하고, “다들 그렇게 산다”는 말 대신 “네가 힘들다면 그 마음을 가볍게 여기지 않을게”라고 말할 수 있다. “그냥 돌아와”라고 결론 내리기 전에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같이 생각해 보자”고 물어볼 수도 있다.

 

자녀가 힘든 일을 부모에게 말한다는 것은 아직 부모를 안전한 사람으로 믿고 있다는 뜻일 수 있다. 그 믿음을 지키는 방법은 모든 문제의 정답을 내놓는 것이 아니다. 자녀의 선택을 성급하게 평가하지 않고, 지금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들어주며, 필요한 도움을 함께 찾는 것이다.

멀리 있어 손을 잡아줄 수는 없더라도 목소리로 곁을 지켜줄 수는 있다.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혼자 감당하게 두지는 않을게.” 해외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자녀에게는 그 말이 다시 하루를 살아볼 수 있게 하는 가장 든든한 위로가 될지도 모른다.